<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에서의 안톤 쉰표 Image source: IMDB

AI 의 미래

최근 뉴스 보도에 따르면, 채용 면접에서 “AI 대신 지원자님을 뽑아야 하는 이유가 뭐냐” 라고 묻는다고 한다 (출처). 이것은 두가지 관점에서 잘못되었다. 첫째, 채용 면접은 “사람”을 뽑는 자리다. 즉, 이 질문은 “면접”이라는 행위의 기본 전제를 부정하는 것이다. 둘째, 아마도 질문자는 AI 보다 지원자가 더 뛰어난 역량을 보유하고 있음을 어필하라는 취지였을 것이다. 그에 대한 나의 대답은 “없다”이다. AI 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미래를 오판하는 것이다. 또한, AI 에는 한계가 없지만 나는 그것보다도 더 뛰어난 역량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만한 것이다.

두번째 관점에 대해 좀 더 이야기 해 보자. 우선 창의성이다. 일부 사람들은 AI 는 창의성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창의력이 중요한 직무 (가령 기획 등)의 경우 AI 가 대체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이 주장에 대해서는 2가지로 반박해 볼 수 있다. 우선, 우리는 “창의성”이 뭔지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까? 그리고,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창의적인 것”은 대부분 기존의 데이터를 재구성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2024년에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AlphaFold2 프로젝트이다 1. 특정 아미노산 서열에 대해 어떤 3D 구조를 갖는지에 따라 서로 다른 단백질이 되는데, 이 프로젝트에서는 아미노산 서열이 알려진 단백질에 대해 3D 구조를 AI 를 활용해 예측했다. 그 결과 이 프로젝트는 지난 50년간 인류가 밝혀낸 단백질 구조의 개수 약 18만개를 뛰어넘어 2억 1400만개의 구조를 밝혀냈다.

“창의성”에 대해 단순히 재구성이라는 관점이 아닌 “완전히 없던 것을 창조하는 것”이라고 본다면, 이것 또한 AI 가 해낼 수 있음을 뒷받침하는 사례도 있다. 행렬 곱셈의 경우 1969년에 Strassen algorithm 이 등장하며 한동안 이것이 가장 최적화된 방법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것은 53년 뒤인 2022년에 AI 를 활용한 AlphaTensor 에 의해 깨지게 되었고, 2025년에 AlphaEvolve 프로젝트까지 이어지며 계속해서 최적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중이다. 이런데도 AI 가 창의성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또 누군가는 AI 에는 감정이 없으니 감정과 관련된 직업이 대체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앤트로픽이 2026년 4월 2일에 발표한 논문 Emotion Concepts and their Function in a Large Language Model 은, AI 모델에서 감정과 유사한 매커니즘을 포착한 것이 주된 내용이다. 물론 이 논문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AI 가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아니고 뇌에서 우리가 감정을 처리하는 방식과 비슷한 매커니즘을 AI 모델에서도 찾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위에서의 창의성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감정” 이 무엇인지에 대해 명확하게 알고 있나? 혹은, 어쩌면, 인간의 감정과 AI 의 감정 (비슷한 것) 간의 차이는,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에서 중력과 가속도 간의 차이처럼 “구분할 수 없는 것”은 아닐까?

링크드인에 가보면 이런 글들이 많이 보인다: 가령 “디버깅 하는 실력은 LLM 이 인간을 아직 따라잡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거나, “AI 가 잘하는게 있고 인간이 잘하는게 있다”는 등. 이건 내가 보기에는 AI 에 대체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기인한 변명이다. 언제까지 인간이 더 디버깅을 잘 할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언제까지 인간이 “변경 사항이 시스템 전체에 미치는 영향 판단” 과 같은 것들에 대해서 AI 보다 우월할 거라고 생각하는가? 5년뒤, 10년뒤에도 이런 생각이 valid 할 것이라고 진심으로 생각하는가? AI 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지금 시대에서는, 미래를 현명하게 예측하는 방법은 역설적이게도 미래는 알 수 없다는 것 (즉, AI 에는 한계가 없다는 것) 을 인정하는 것이다.

개발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

그래, AI 에는 한계가 없지. 라고 인정했다고 해보자. 그럼 우리는 어떻게 미래에 대비할 수 있을까? 다음은 이번 2026년도 상반기 삼성전자 공개채용 자기소개서 3번 문항 “최근 사회 이슈 중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한 가지를 선택하고 이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기술해 주시기 바랍니다” 에 대한 주인장 의 답변이다2.

최근 사회 이슈 중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한 가지를 선택하고 이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기술해 주시기 바랍니다.

최근 현대차그룹이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 ‘아틀라스’를 2028년부터 단계적으로 생산 공정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히자, 노조에서는 “노사 합의 없이 단 한대의 로봇도 현장에 들어올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를 두고 ‘신 러다이트’ 운동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마저 지난달 29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현대차 노조를 겨냥해 “흘러오는 거대한 수레를 피할 수 없다”며 이런 비판에 일부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현장 노동자들과 노조 관계자들 얘기는 ‘무조건적 반대’와 거리가 있다.

“기술 발전 때문에 도입되는 건데 우리가 반대할 수는 없지 않나. 불가피하다고 본다.” 3일 한겨레와 통화한 한 50대 현대차 생산직 노동자의 말이다. 노조 생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현대차지부 관계자는 “덮어놓고 반대하는 게 아니다. 휴머노이드 투입이 국내 공장으로 점차 확대될 수 있다고 본다. 노사 합의를 통해 해결해나가자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말했다. 무조건 반대가 아니라 노사 합의를 건너뛴 일방적 도입을 우려하는 것이다.

나도 이러한 생각에 동의한다. 기술의 진보에 대한 우려를 ‘신 러다이트 운동’이다 라고 비판적 시선을 가지기 보다는, 이러한 우려가 있어야 논의가 되고 타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10명이 할 수 있는 일을 AI 가 도입됨에 따라 2명이 할 수 있다고 해보자. 나는 이런 경우에 8명을 해고하는 것이 아닌, 10명이 1/5 의 시간을 투입하는 방향으로 가야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러한 생각은 단순한 수치 계산에 의한 것이고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라고 비판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어느정도 동의한다.

하지만 현실은 이 양 극단 (8명을 해고 vs 10명이 1/5 의 시간 투입) 의 중간지점 어느 곳에 있어야 한다. 8명이 해고되는 것이 사회 흐름상 어쩔 수 없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지금, 반대의 극단에 있는 의견 (즉, 10명이 1/5 의 시간을 투입하는 것) 에 어느정도 동의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더욱 합리적인 중간지점을 찾아내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위 내용은 원문 그대로는 아니다. 첫 두 문단은 한겨레 기사 에서 가져온 것이고 뒤의 두 문단이 나의 생각이다. 바이브 코딩이 확산되며 AI 가 자신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많아지고 있다. 이에 사람들은 미래에 어떤 직업이 살아남을지 궁예짓을 하며 미래를 점치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하지만 AI 에 한계가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어떻게 우리는 AI 와 공존할 수 있을까” 에 대한 고민 아닐까? 아쉽게도, 이런 고민은 링크드인에서 잘 보이지 않는다.

내가 아쉬운 지점이 바로 이것이다. 자신의 일자리가 없어질 위기에 처했는데 아무도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현대차그룹 노조는 이런 위기에 대해 “협의하자”라며 목소리를 내고 있고, 사안은 다르지만 이전 정권때 무리한 의대 확충을 요구하자 의사들은 진료를 거부하며 반발했다3. 하지만 개발자들은 힘이 없다. 코엔 형제의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에서의 에드 보안관마냥, 다가오는 미래에 무기력하게 우는 소리만 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 마주했을 때 우리가 취해야 하는 전략은 (1) 적극적 논의와 (2) 보험 들기 두 가지가 있다.

우선, 이 전략들은 자신이 AI 의 발전을 적극적으로 이끌어나가는 극소수가 아니라는 것이 전제다. 만약 본인이 앤트로픽/딥마인드/OpenAI 등에 근무중이거나 각종 연구소/학교의 연구원이라면, 하던 일 계속 하시라. 이 전략들은 기술의 발전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적극적인 전략은 당연히 “AI 와의 공존” 이라는 문제에 대한 논의를 공론화시켜 협의하게끔 하는 것이다. 물론 정답이 없는 문제인 만큼, 이러한 논의가 단시간에 끝나거나 아니면 모두가 행복한 방안을 찾기는 아무래도 힘들 것이다. 하지만 그런건 노동문제의 공통적인 특징이다. 우리는 정답이 없는 문제에 대해 binary search 를 해야 하며,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꾸준한 관심과 다양한 관점에 뿌리를 둔 목소리이다. 두번째 전략은 보험을 드는 것이다. 즉, 일자리가 빼앗기지 않도록 고용 안정성이 “제도적으로” 보장된 직업을 찾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공무원/공기업 등이 있다.

이 두번째 전략은 많이들 취하고 있는 것 같다. 공기업 전산직군의 경쟁률이 100:1 을 넘어가는 것만 봐도 그렇다. 하지만 두번째 전략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간에 첫번째에 대해 항상 염두해 두고 있어야 한다. 두번째 전략에 실패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자신의 노동권과 생존권을 위해 반드시 “AI 와의 공존” 문제를 논의하는 것에 함께 해야 한다. 반대로 두번째 전략에 성공한 사람에 대해서도 일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이 “AI 와의 공존” 문제에 관심을 갖고 공론에 참여해야 한다.

Footnotes

  1. 물론 노벨 화학상은 프로젝트에 수여된게 아니고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데미스 허사비스와 존 점퍼에게 수여되었다.

  2. 읽어보면 알겠지만, 서류탈락했다. 뭐 직무 fit 이나 역량부족의 문제도 있었겠지만 삼성에 제출하는 자소서로서는 좀 공격적인 답변이었으리라.

  3. 물론 나는 이러한 의사들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자신의 주장이 정당하다고 해도 환자를 인질로 잡은 이 행동에 대해 비판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이게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막아서 전 세계를 위협에 빠트린거랑 뭐가 다른가? 물론 이런 위기를 발생시킨 근본 원인 (의대 정원 확대의 경우에는 무리한 정책, 이란전쟁의 경우에는 미국/이스라엘의 선제 타격) 이 비판의 여지가 더 크지만, 그렇다고 의사/이란의 행위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할 수도 없다.